3번주자 패튼 넘어져 바통터치 실패
미국 남자 400m 계주팀이 또 바통 터치에 실패했다.
4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3번 주자 다비스 패튼이 마지막 주자 월터 딕스에게 바통을 못 넘겨줬다. 벌써 3번 연이어 나온 바통 터치 실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계주 예선에서도 비슷한 실수가 나왔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바통 터치 구역을 벗어났다. 실격. 그동안 실수였고 그럴 수도 있다고 자위했었다. 그런데 자꾸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이제 미국의 바통 터치 실수는 우연을 넘어 실력 문제로도 보인다. 징크스라면 고약하고도 단단한 징크스다.
사실 400m 계주 종목 자체가 의외성이 큰 종목이다. 바통 터치는 언제든 돌발변수가 터질 수 있는 화약고다. 100m를 9초대에 주파하는 선수 여럿이 순간적으로 엉킨다. 바통을 전달하는 순간은 0.1초에 불과하다. 미세한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미국은 올림픽 실수 뒤 준비를 많이 했다. 바통 터치 방식을 바꾸고 대회 직전 반복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실수가 반복되면서 의식 과잉이 됐다. “잘 해야 한다. 잘 해야 한다.” 오히려 이게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하필 3번 실수 모두 패튼이 연관돼 있다.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다. 베이징올림픽 땐 마지막 주자 타이슨 게이가 3번 주자 패튼이 넘겨주는 바통을 놓쳤다. 베를린 대회에선 3번 주자 숀 크로퍼드가 마지막 주자 패튼에게 바통을 넘기는 과정에서 터치 구역을 벗어났다. 대구에서 또 바통 터치 실수의 장본인이 된 패튼은 트랙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우승자가 결정되고도 한참을 엎드려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년 런던올림픽에선 미국 남자 400m 계주팀의 징크스가 깨질까. 새로운 흥밋거리가 생겼다.
대구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9-0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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