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엇갈린 희비

입력 2011-08-31 00:00
수정 2011-08-3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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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황제’ 베켈레 기권 ‘무관의 제왕’ 지터는 첫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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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약물 파동, 슬럼프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별렀던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장대높이뛰기 지존으로 추앙받다 6위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왼쪽·29·에티오피아)도 이신바예바처럼 부상 때문에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초 장딴지를 다쳐 2년 가까이 운동을 포기하다시피 한 베켈레는 이번 대회를 재기의 장으로 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베켈레는 남자 5000m(12분 37초 35)와 1만m(26분 17초 53) 세계기록 보유자다. 또 지난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부터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1만m에서 4연패를 이룬 이 종목 절대 강자다. 그런 그가 대구에서 5연패를 노렸지만 긴 공백을 극복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지난 28일 남자 1만m 결승에서 15바퀴를 돈 뒤 레이스 도중 기권한 베켈레는 30일 5000m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2003년부터 이어온 5000m 무패 기록도 깨지게 됐다. 재기는커녕 황제의 자존심에 상처만 입게 됐다. 그의 에이전트 조스 허먼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작 8개월 준비하고 대구에 온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베켈레에게 경고를 던진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약물 탄환’이라는 같은 오명을 쓰고 부활을 별렀던 남자 100m의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과 드웨인 체임버스(33·영국)는 쓸쓸히 트랙을 떠나야 했다. 게이틀린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10초 23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체임버스는 준결승에서 총성 전 어깨를 움직인 탓에 뛰어 보지도 못 하고 실격당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 남자 400m에서 우승했지만 지난해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21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라숀 메릿(25·미국) 역시 대구에서 19살의 신예 키러니 제임스(그레나다)에게 역전당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반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 여자 100m의 카멀리타 지터(오른쪽·32·미국)는 지난 29일 결승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그동안 쌓인 한을 풀었다. 현역 최고기록(10초 64) 보유자이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지터는 생애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가 될지도 모를 대구 대회에서 10초 90을 기록했다. 맞수인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과 켈리 앤 밥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를 따돌렸다. 지터는 금메달을 확인한 직후 트랙에 무릎을 꿇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지터는 “2007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딸 때도 기뻤지만 더 좋은 메달을 따고 싶었다.”면서 “스스로를 계속 자극했고 드디어 원하는 것을 잡았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8-3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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