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경찰 ‘수사권독립 설문’

속보이는 경찰 ‘수사권독립 설문’

입력 2010-05-18 00:00
수정 2010-05-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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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관 의뢰않고 자체 조사… 신뢰성 논란

경찰이 최근 실시한 ‘수사권 독립’ 관련 설문조사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조사한 데다 수사권 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실적 평가에 높은 점수를 반영할 계획이어서 신뢰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100명 가운데 86명이 수사권 독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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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경찰청의 ‘수사권 조정 관련 설문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권 조정(경찰에게도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은 경찰 수사를 사후통제해야 한다)에 대한 찬성 응답은 86.7%, 반대는 13.3%로 나타났다. 경찰청 고객만족 모니터센터가 지난 3월30일부터 4월5일까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한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외부 기관에 의뢰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설문 조사결과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이유 가운데 ‘검찰의 권한남용 견제’가 3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찰 수사의 책임감 향상(32.6%)’, ‘경찰의 법집행력 강화(18.5%)’, ‘수사 경찰관 자질 향상(11.6%)’ 순이었다.

특히 찬성률이 높을수록 설문을 의뢰한 경찰청 해당 부서의 성과평가에서 점수가 높게 반영되는 계획안이 마련돼 논란을 더하고 있다.

전체 성과평가 100점 가운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30점이 반영되는데, 찬성률이 55% 미만일 때 15점, 55~60% 20점, 65~78% 25점, 78% 이상은 30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나머지 70점은 연구, 언론보도, 자체교육 등 점수로 평가된다. 이번 성과평가는 내년 1~2월 반영되며 성과급이나 인사고과 등의 근거가 된다.

경찰 관계자는 “찬성률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반영한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경찰 관계자는 “‘스폰서 검사’ 등 검찰의 권한이 비대한 데 따른 문제점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끼리 설문조사하고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기관이 국민설문 결과를 실적에 반영하는 계획안을 마련하는 것은 왜곡을 넘어 여론을 조작했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05-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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