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1 경쟁 뚫고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델 등장

택시 운전사로 분장해 광고를 찍고 있는 김평우씨.
뉴질랜드에서 5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광고모델로 나선 한인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마추어 광고모델 김평우(58)씨로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는 물론 길거리나 고속도로변 광고판에서도 그를 쉽사리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최대 자동차 관련 단체로 회원 수가 140여만 명이나 되는 자동차협회(AA) 전속 광고모델로 맹활약 중인 까닭이다.
그는 광고에 주로 택시 운전사로 분장하고 나와 AA 스마트 연료카드를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하루에 20여 차례 시청자를 찾아가는 TV 광고는 아시아인 특유의 편안한 영어 발음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TV만이 아니다. 매달 발간되는 AA 잡지에는 그의 광고가 커다랗게 실리고 있고, 우체국, AA 서비스 센터, 전국 곳곳의 도로변, 빌딩 벽면 등에서도 그의 얼굴이 담긴 선간판이나 벽보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광고 덕분에 그는 모델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남짓한 새내기지만 많은 사람의 뇌리에 벌써 자신의 존재감을 깊이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AA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어 다른 광고에는 나갈 수 없는데도 유명 호텔 등 일부 업체에서 종종 접근해올 정도다.
하지만, 뜻밖에도 김씨는 모델이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사람이다.
한국에 있을 때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일했던 김씨는 6년 전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클랜드 시내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다.
그런 그가 모델로 나설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받은 뜻밖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2일 연합뉴스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월 식당에 손님으로 온 사람이 AA 스마트 연료카드 광고를 찍는데 오디션을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조금 황당했지만 좋은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응모했다. 그런데 세 차례에 걸친 오디션에서 50대 1의 경쟁을 뚫고 내가 뽑혔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졸지에 모델이 된 느낌이었다.”
영어발음도 똑 부러지지 않는 50대 후반의 한인이 신데렐라처럼 뉴질랜드 광고계에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모델이 됐지만, 그는 만만한 아마추어는 아니다. 프로 못지않게 모델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는 모델이 부업이지만 정말 열심히 할 것이라며 뉴질랜드에 한국을 널리 알릴 기회도 되는 만큼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끔 자신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 찍자는 사람들도 있다며 “많은 사람이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했는지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놀라는 눈치를 보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델료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많은 편은 아니지만 좋은 경험도 되고 보람도 크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모델 일을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당 일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음식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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