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회학계 원로 버거의 유머 넘치는 지적 모험담

美 사회학계 원로 버거의 유머 넘치는 지적 모험담

입력 2012-05-26 00:00
수정 2012-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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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노상미 옮김 책세상 펴냄

중부유럽,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빈 태생이다. 루터파 목사가 되고 싶었으나 나치즘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뒤 사회학, 그것도 종교사회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노상미 옮김, 책세상 펴냄)를 쓴 미국 사회학계의 원로 피터 버거(83)의 이력이다.

이력을 파악했으면 웃을 준비부터 하자. 페이지마다 유머가 넘친다. 학자 초년병 시절 죽이 맞던 동료학자와 ‘사회학 제국 건설’을 꿈꿨는데,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린 둘 다 중유럽 출신인데 거기서는 제국 망상이 집단 기억에 속한다.”고 눙친다. 자신의 연구방법론을 “적당한 사람들을 불러다 충분히 오랫동안 함께 앉혀놓으면 흥미로운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라 설명하면서 여기다 ‘커피하우스 법칙’이라 이름 붙였다. 그래도 사회학의 대가라는데 마냥 웃기기만 하면 좀 그렇지 않느냐 한다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하나는 책 전반에 녹아 있는,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에게 명성을 안긴 것은 ‘구성주의적 방법론’인데 이 ‘구성’이란 표현이 묘하다. 혈기 넘치는 좌파들이 흔히 저지르는, 체제 따위야 레고블럭처럼 간단히 해체, 재구성할 수 있다는 오독 가능성이다. 저자는 “사회학은 분석해서 폭로한다는 차원에서는 급진적이지만, 현실 함축이라는 차원에서는 보수적”이라 답해뒀다. 사회학과가 운동권 소굴이었던 한국 상황에서 한번 음미해볼 주제다.

두 번째는 세속화다. 저자의 이력을 되새김질해보면 막스 베버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베버를 약간 수정한다. 근대사회는 다원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사회가 세속화되고 종교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해왔지만, 저자가 보기에 종교는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버까지 나온 마당에 유교윤리와 동아시아 경제성장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저자는 질문 하나 툭 던진다. ‘각국 고유의 정치문화’라는 말은 있는데 왜 ‘각국 고유의 경제문화’라는 말은 없느냐. 이거, 핵심을 쿡 찔렀다. 학술대회에 경제학자들까지 불렀는데 그들은 뭐라 답했을까. 하나만 짚자면, “양심”을 거론하니까 경제학자들은 그 말을 “내면적 가격통제”라는 표현으로 번역했단다. 그 외 얘기들은 상상에 맡긴다. 1만 7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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