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우리 중 일부는 상당한 부와 사회적 지원, 교육을 이용해 노년에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에 맞설 것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같은 문제에 부닥쳤을 때 위의 자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헤쳐나갈 것이다. (중략) 다시 말해 노화는 계층화한 과정이라는 얘기다.’(13쪽)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노년기를 들여다본 책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가 9일 출간됐다.
미국 학자가 쓴 이 책은 인종이나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과 더불어 노화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도 늙으면서 신체 노화와, 인지능력 및 감각기능 둔화, 병, 심리적 위축 등으로 어려움에 부딪히는데 이러한 변화가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책은 한발 더 나아가 늙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는지 아니면 누가 늙을 기회를 얻기도 전에 죽을지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노년기의 불평등은 단순히 노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그 이전부터 지속된 불평등의 연장선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젊은 시절 건강을 유지하는 능력이나 아플 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직간접적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책은 ‘더 부유한 지역의 노인이 더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했고 서비스의 질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 안에서도 재정 상태가 좋은 자치구들이 사망률 하위권을 차지하며 최근 1년 새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에서도 지역 차가 나타난다.
똑같이 늙을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불평등의 정도 차이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물질적 자원의 차이는 노년에도 계속해서 선택권, 기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책은 설명한다.
정부나 자원봉사 단체가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인이 가진 부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한계가 있다.
관계망도 불평등의 한 형태일 수 있다. 저자는 노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더 부유한 지역 노인이 더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했으며 서비스이 질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는데 이는 평생에 걸쳐 누적된 문화적 동기나 성향, 자원을 반영한다.
저자는 2년 6개월간의 연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노년기의 불평등을 인생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문화적 요인을 간과하지 말고 정부의 서비스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노인의 생존에 필수 요소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인생의 종반전을 뛰고 있는’ 노인의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에코리브르. 35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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