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詩 감동적… 아랍에 계속 알릴 것”

“한국詩 감동적… 아랍에 계속 알릴 것”

입력 2012-09-25 00:00
수정 2012-09-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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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로 첫 번역 아흐마드 박사

“훌륭한 예술작품은 국경을 초월해 감동을 줍니다. 내 나라에 돌아가더라도 한국의 시를 계속 번역해 널리 알릴 거예요.”

이집트인 마흐무드 아흐마드(41)의 서툰 한국어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아흐마드는 지난달 명지대에서 이집트와 한국의 현대시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두 나라의 시를 비교하기 위해 고은의 ‘남과 북’, 김광규의 ‘상행’ 등 두 권의 시집을 아랍어로 직접 번역했다. 한국의 시가 아랍어로 번역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한국인 교수들의 도움이 컸지만 전체 작업에 무려 4년이 걸렸다.

이집트와 한국의 현대시를 비교한 논문으로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집트인 마흐무드 아흐마드(왼쪽)가 24일 시인 고은씨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집트와 한국의 현대시를 비교한 논문으로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집트인 마흐무드 아흐마드(왼쪽)가 24일 시인 고은씨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은 ‘남과북’ 김광규 ‘상행’ 4년 걸려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던 그는 ‘한국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떠냐.’는 한 학생의 권유로 2006년 한국에 왔다. 조선대에 둥지를 틀고 아랍어를 가르쳤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한국 문학이었다. 입국 전 카이로대학에서 우연히 한국 문학에 대한 책을 본 것이 계기였다. “한국과 이집트는 20세기에 똑같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 식민지 경험을 했고 일상 곳곳에 종교적 신념이 묻어난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韓·이집트 문화 공통점 많아

한국 문학을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낯선 언어로 쓰인 작품을, 그것도 시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드라마를 보고 라디오를 들으며 한국어를 익혔다.

연구 주제로 택한 고은, 김광규 시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아랍 쪽은 사정이 달랐다. 아랍어는커녕 영어로 된 참고 문헌조차 거의 없었다.

“한국 학자들은 외국 문학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는 열심이지만 한국 문학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데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이집트로 돌아가 김희승, 천상병 등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계속 번역할 계획입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09-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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