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룽씨 한류 웹진 만들어 활동
지난 20일(현지시간) 밤 베를린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케이팝(K-POP)의 밤’의 스타는 한국 가수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독일인 여성 언론인이었다.
연합뉴스
20일 독일 베를린시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K-POP의 밤’ 행사에 참석한 독일 젊은이들이 한국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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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지난 6월 SM타운의 파리 공연 이후 독일내 케이팝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주 독일 한국문화원이 마련한 독일 내 첫 케이팝 이벤트였다.
아직 한국 가수를 초청해 대규모 공연을 할 형편은 안됐지만, 비용이나 거리때문에 파리나 영국으로 갈 수 없었던 독일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데에는 충분했다.
이날 행사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하반신이 없는 에스터 클룽(30)씨의 열정이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스피나 피비다(spina bifida, 척추이분증)라는 병을 안고 태어난 그녀는 한국 음악과 문화를 독어와 영어로 소개하는 웹매거진 ‘케이 컬러스 오브 코리아(K-Colors Of Korea, www.k-magazin.com)를 작년초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그녀는 한국문화원과 이날 행사를 함께 기획했고, 휠체어를 탄 채 무대를 오르내리며 사회를 보는 등 케이팝 광팬으로서 열정을 뿜어냈다.
클룽씨는 “케이팝이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특히 한국어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클룽씨와의 일문일답.
-- 오늘 행사에 대한 소감은.
▲독일에서 케이팝 행사가 열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케이팝의 밤’ 같은 형식의 행사는 없었다. 너무 흥분된다.
-- 한류를 소개하는 웹진을 운영하게 된 동기는.
▲나는 3년전 케이팝 팬이 됐다. 우연히 슈퍼주니어를 유튜브에서 접하게 됐고 2PM, 엠블랙 등을 알게됐고. 지금은 빅뱅의 광팬이다. 케이팝 팬클럽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독일내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매체가 없다는 것을 알고 1년 6개월전에 웹매거진을 만들게 됐다.
-- 유럽에서도 케이팝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점이 끌리는 가.
▲유럽에서는 한국을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한국말을 모르면서도 유튜브를 통해서 케이팜을 좋아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다. 케이팝이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 한국 드라마도 좋아하는가.
▲그렇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어 때문이다. 한국어는 듣기가 매우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독일어는 딱딱한데 한국말은 친절하게 들린다. 한국어가 한국 문화의 강점이다. 특히 한국어는 유럽인들에게도 쓰기가 쉽다. 같은 아시아 언어인 일본어와 중국어는 유럽인들에게는 쓰기가 매우 어렵다.
-- 독일은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서 외국 문화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독일의 한류 팬들은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서 좀더 조용할 뿐이지 다르지 않다. 파리 팬들은 플래시몹(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적극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욱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유튜브에 기반을 두고 있다.
-- 독일내에서 케이팝이나 드라마를 즐기는 팬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정확히 모르겠지만, 수천명이 될 수 있다. 오늘 행사에 400명 이상이 참여하겠다고 전국 곳곳에서 연락이 왔다.
-- 케이팝이 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은.
▲홍보를 더 많이 해야한다. 특히 현지 언론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한국 가수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응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팬들과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한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더 저렴하게 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어 많은 팬들이 올 것이다.
-- 당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 활동에 어려움이 없는가.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강점이다. 나는 육체적으로는 느리지만, 많이 이동하지 않아 오히려 시간이 더 많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기획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할 수 있다.
-- 개인적인 목표와 계획은.
▲우선은 내 매거진을 키우는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저널리즘(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1살때 처음으로 음악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정치 관련 기사도 썼다. 10년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해 양국간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나중에는 여행 분야의 언론매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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