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회피’ 위해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일정 비공개로

교도 제공 연합뉴스
참의원 선거 첫 유세 나선 아베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7.4
교도 제공 연합뉴스
교도 제공 연합뉴스
10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이후 자민당 홈페이지에는 다른 당 간부들의 유세 일정은 공개돼 있지만, 아베 총리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신문·방송 보도를 위해 언론사에만 당일 아침 그날의 행선지를 통보하고 있다.
자민당 본부는 공식적으로 “(장마철 호우와 같은) 재해 발생에 대한 대응 등으로 일정이 바뀔 수 있는 데다 경호의 문제도 있어 구체적으로 알릴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유세 현장에서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훨씬 더 강하다.
정치인으로서 극히 이례적인 대응에 나선 데는 ‘2017년의 악몽’이 자리하고 있다. 그해 7월 도쿄 도의원 선거 당시 아키하바라에서 가진 가두연설 도중 “집어치워라”는 야유가 청중들로부터 나오자 아베 총리는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런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성난 표정으로 막말 발언을 했다. 이 장면이 나오는 영상은 계속 TV에 반복돼 나왔고 자민당 표를 갉아먹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나중에 본인이 국회에서 사실상의 사과를 했지만, 이 일은 인성의 결함으로까지 언급되며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오사카 교도 연합뉴스
오사카서 참의원 선거 유세하는 아베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오사카(大阪)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7.7.
오사카 교도 연합뉴스
오사카 교도 연합뉴스
그럼에도 아베 총리에 대한 유세 현장의 야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도쿄 JR나카노역 앞에서 연설을 할 때에는 ‘국난(國難)은 너’, ‘수치를 알라’라고 적힌 깃발들이 청중들 사이에 세워졌다. “돌아가라” 등 성난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연설이 끝난 뒤 아베 총리는 측근들에게 “저 사람들도 어지간히 달라지지 않는군”이라고 불평했지만, 2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대놓고 응수하는 것은 자제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자민당 후보자들의 선거 캠프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유권자를 불러모으기 위해 아베 총리의 연설 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베 총리를 최대한 감추려고 애쓰는 자민당 본부와 아베 총리의 연설일정을 못 알려서 안달인 후보자 진영간에 불협화음도 나타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선언과 관련, ”실제로 핵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움직이는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다. 사진은 2017년 11월1일 중의원에 나온 아베 총리가 자민당 노다 세이코 의원(왼쪽)과 대화 중 주먹을 들어 보인 모습.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야당으로부터 좋은 공격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선거인데, 아베 총리는 이러한 선거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반대파에 노골적으로 등 돌린 아베 총리의 행태를 꼬집었다.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도 “총리는 정면으로 정책을 말하고 심판을 받을 각오와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야유가 꽤나 무서운 모양이다. 한심하다”라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