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서 통섭형 인재 원해” 아베 정부 대학 학과 퇴출 제동
일본 주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이단렌(経団連)이 정부의 국립대 ‘인문·사회 계열 퇴출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게이단렌의 이 같은 입장은 일본 정부의 정책 수정과 기업들의 신입사원 모집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게이단렌은 “문부과학성이 진행 중인 국립대의 인문·사회 계열 분야 폐지·전환 정책은 안이하며 재고돼야 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게이단렌은 성명에서 “대학·대학원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문화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제계는) 문·이과에 걸친 ‘분야 횡단형 발상’으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섭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또 정부 주도의 국립대 개혁과 관련, “총·학장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학이 주체적인 대처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주도의 현행 개혁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도레이 前 회장)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경제계가 문과계열 졸업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으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들을 원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 전달된 것이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는 당장 써먹을 인력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6월 이후 박차를 가한 국립대 개혁과 관련, 인문·사회 계열의 폐지 및 전환 추진 이유로 산업 현장에서 써먹을 인재가 없다는 등 경제계의 요구와 수요를 강조했다. 그러나 게이단렌의 이 같은 성명에 따라 문부과학성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게이단렌의 이례적 성명에는 국립대 문과계열 폐지 및 전환 정책에 대한 대학과 지식층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과학자 2000여명이 회원인 ‘일본학술회의’는 지난 7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경시는 대학교육 전체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반발이 커지자 문부과학성 측은 “각 대학에 대한 (지난 6월) 통지는 (시대 변화에 대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라고 진화에 나섰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인문·사회과학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며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학문을 더 중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국립대 문과계 퇴출 정책은 아베 신조 총리가 대학이 새로운 산업 창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고 국제화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문제의식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또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으로 대학 정원은 줄고 산업인력은 부족해지는 데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이뤄져 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09-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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