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선거안 마련 놓고 ‘공방’ 예상…지방선거 영향 주목
18일 홍콩 입법회(국회격)가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향후 홍콩 정국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지난 4월 홍콩 정부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작년 8월 의결한 사항을 엄격하게 따른 선거안을 확정하고서 전날 입법회에 제출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후보 추천위원 과반인 600명 이상의 지지를 얻는 예비후보 2∼3명에게만 후보자격을 부여하는 선거안이 반(反) 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하려는 방안이라며 반대견해를 밝혔다.
그러고서 결국 이날 선거안을 부결시켰다.
정부가 선거안 확정 이후 대대적으로 선거안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중국 당국자들까지 범민주파를 면담하고서 선거안을 통과시킨 뒤 개선 방안을 찾도록 주문했지만,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범민주파 의원들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번에 선거안이 부결되면 당분간 직선제 방안 등 정치개혁안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정부가 새 선거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선거위원 1천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를 통해 간선제로 치르는 현행 행정수반 선거제도가 유지된다.
홍콩 정부와 친중국파 의원들은 직선제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범민주파가 홍콩 인구 700만 명 중 500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의 선거권을 빼앗았다며 정치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친중국파인 민건련(民建聯)의 탐이우충(譚耀宗) 의원은 이날 “홍콩이 보통선거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범민주파 책임”이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 범민주파는 진정한 보통선거가 보장되는 새로운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홍콩과 중국 당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선거안 부결 직후 범민주파 의원들은 입법회 건물에서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라는 구호를 외쳐 새 선거안 마련 의지를 드러냈다.
범민주파인 공당(工黨)의 리촉얀(李卓人) 주석은 17일 입법회가 선거안을 부결시키더라도 민생에 가장 큰 문제인 행정장관 선거 방법 등 정치개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진정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작년과 같은 대규모 도심 점거 시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만 명을 목표로 한 시위에 3천 명만 참여하는 등 ‘식은’ 열기가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홍콩 시민과 학생은 작년 9월28일부터 정치적 제한 없는 진정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가 79일 만인 12월15일 경찰에 강제 해산됐다.
경찰에 체포된 시위참가자 수가 1천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의회 선거결과가 새 선거안 마련 여부 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의회 선거에서 입법회의 선거안 부결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내려지면 내년 9월 입법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친중국파와 범민주파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성(宋立功) 홍콩 시티대(城市大) 교수는 현지언론에 “일부 유권자가 생계에 영향을 준 작년 도심 점거 시위에 불만을 지니고 있어 범민주파가 지방선거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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