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신적 스승 ‘왕 살해한다’ 의미심장 비유

푸틴의 정신적 스승 ‘왕 살해한다’ 의미심장 비유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11-15 07:59
수정 2022-11-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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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명분 제공 사상가
사고로 딸 잃어도 푸틴 옹호해
러 헤르손 철수와 졸전에 일갈

러시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딸 다리야 두기나의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2.8.23 EPA 연합뉴스
러시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딸 다리야 두기나의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2.8.23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으로 징집된 군인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10.27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으로 징집된 군인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10.27 EPA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해 온 ‘정신적 스승’ 알렉산드르 두긴(60)이 ‘왕을 살해한다’는 비유를 통해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두긴은 이날 보수 성향 차르그라드TV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절대 권력자는 나라를 지킬 책임이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비의 왕’과 같은 운명이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비의 왕’은 가뭄 속에서 비를 내리지 못한 왕을 살해한다는 관념으로, 영국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고대 종교 연구서에 등장한다. 두긴은 “우리는 지도자에게 절대 권력을 주고, 그는 우리 모두를 중요한 순간에 구원한다”라고도 말했는데, 굴욕적인 헤르손 철수를 감행한 푸틴을 향해 리더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긴의 직접적인 비판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차량폭발 사고로 자신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목숨을 잃었을 당시에도 “내 딸은 (전쟁) 승리를 위해 죽었다”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는 강경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절대적이고 대체 불가능하다”고 극찬해왔다. 2007년 저서 ‘푸틴 대 푸틴’을 통해서는 “푸틴은 실증적이고 조심스러운 달과 같은 속성,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을 추구하는 태양 같은 속성을 다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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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포 탄 헤르손 최전선의 우크라이나 군인들
자주포 탄 헤르손 최전선의 우크라이나 군인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헤르손 최전선 부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S7 피온 자주포 위에 올라타 있다. 러시아는 자국이 지난 9월 병합했다고 선언한 헤르손에서 철수해 드니프로강 동안에 방어선을 새로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11.10
헤르손 로이터 연합뉴스
헤르손 탈환의 기쁨
헤르손 탈환의 기쁨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고향 헤르손을 떠나온 주민들이 헤르손 탈환 소식에 국기를 흔들고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2.11.13.
EPA 연합뉴스
돈독했던 두 사람 모종의 균열그랬던 두긴이 푸틴의 헤르손 철수에 대해 비판한 것은 둘 사이에 모종의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두긴은 최근 러시아 방송 차르그라드TV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한 궁극적 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러시아의 도시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러시아의 이데올로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시(市)에서의 철수를 결정한 러시아 군부 판단을 두고 친러 강경파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공산당은 헤르손 철수 명령에 대한 해명을 국방부에 요구하자고 제안하고 나섰고, 일부 평론가들은 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보급하는 서부 통로를 왜 폭격하지 않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했다는 소식에 환희에 찬 현지 주민의 모습이 공개되자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지난 9월 러시아가 헤르손을 점령한 뒤에 진행한 영토 합병 투표에서 90%에 육박하는 주민들이 실제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맞느냐고 묻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러시아 독립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사설에서 “그는(푸틴은) 실수를 바로 잡을 메커니즘이 없다. 리더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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