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언론, 라지 시장 결례 지적…“점심 먹느라 올림픽위원장과의 약속 어겨”
伊올림픽위원장 “시장, 잘못된 정보로 의사결정…손배소 가능”2024년 로마의 하계올림픽 유치에 찬물을 끼얹은 비르지니아 라지(38) 로마 시장이 유럽의 국가 축구대항전인 유로 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라지 시장은 22일 로마에 있는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본부에서 열린 ‘유로 2020’ 로고 발표회 참석해 “로마가 이런 중요한 행사를 유치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축구는 화합을 위한 중요한 지렛대이자 존중이라는 가치를 확산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로마는 다른 13개 유럽 도시와 함께 2020년 유로 대회를 유치했다. 로마의 올림피코 경기장에서는 조별 예선 3경기와 8강 경기 1경기 등 총 4경기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전날 라지 시장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만남이 무산된 라지 시장과 조반니 말라고 CONI 위원장이 하루 만에 얼굴을 맞댔다. 말라고 위원장은 전날의 앙금은 잊었다는 듯 라지 시장의 손에 키스를 하며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라지 시장은 전날 2024년 로마의 올림픽 유치에 공식적인 반대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결례를 범하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22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유력지들은 “라지 시장이 올림픽에 ‘노’를 했다”는 제목으로 2024년 로마 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시장의 반대로 사실상 사라진 것을 집중 조명했다.
이 신문들은 한편으로 라지 시장이 올림픽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직전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위원장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사실을 지적하며 라지 시장의 무례함을 꼬집었다.
라지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로마의 올림픽 유치를 지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올림픽은 사업가에겐 유용하겠지만 주민들에겐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2024년 로마 올림픽 유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날 신문 1면에 “라지는 점심을 먹느라 말라고와의 약속을 어기며 모욕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라지는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전 말라고 위원장과 회동해 올림픽에 대한 최종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었지만 말라고 위원장 일행이 시청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전화 한 통 없이 인근 이탈리아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말라고 위원장은 35분가량 라지 시장을 기다리다가 그냥 자리를 떴고, 라지 시장은 식사를 끝낸 후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라지 시장이 ‘가장 나쁜 방식으로’ 올림픽에 노를 했다”며 그가 말라고 위원장과의 최종 만남을 당황스러운 방식으로 무산시켰을 뿐 아니라 올림픽에 대한 공식적인 찬반 토론과 로마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 없이 올림픽에 최종 반대를 표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의 라지 시장이 기자 회견 전날인 20일 저녁 오성운동의 창시자이자 실질적인 지도자인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고문에게 “올림픽에 어떤 여지도 남기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그가 고의로 말라고 위원장과의 만남을 회피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퇴짜를 맞고 돌아간 말라고 위원장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라지 시장이 (로마 올림픽에 드는 예산 등과 관련해)대중을 선동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며 “로마 시의회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유치 철회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올림픽 유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얼마 전 “라지 시장의 지지 없이는 올림픽 유치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말라고 위원장은 “라지 시장은 올림픽 비용이 로마 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로마 올림픽 예산 53억 유로(약 6조5천700억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분담금, 기업체 후원금, 국고 등으로 충당된다”며 “아울러 기존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해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마의 2024년 올림픽 유치전 참여는 정부가 공공 재원을 마련해 추진한 것”이라며 “로마 시장과 로마시의회의 반대로 유치가 무산된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