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출격, 기상여건 등도 악영향, 미국도 공습 효과 저조 실토
적어도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 참사의 주범인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수도 락까에 대한 프랑스와 러시아의 공습에도 굴하지 않는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군사 전문가들과 현지 주민 등의 말을 빌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락까 공습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지난 1년여 동안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습을 견뎌온 IS의 ‘노하우’에서 나온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군의 공습을 겪으면서 IS가 주요 화기, 통신망, 전투원 등 ‘소중한 자산’을 견고하게 구축된 지하 참호나 주민들이 붙어사는 주택가 지역에 숨겨놓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풀이다. 대신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는 엄청났다.
중동 군사 문제 전문가인 시어도어 카라식은 “다른 테러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IS도 소중한 자산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지하 네트워크를 채택해 발전시켰다”면서, 이런 전술을 동원한 IS를 상대로 하는 프랑스의 항공력은 애초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효과를 겨두려면 지상군과 함께 작전을 할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는 공습 과정에서 락까 시 중심부의 IS 지휘소와 훈련소 등이 공습 과정에서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도 프랑스와 함께 러시아의 공습으로 30명 이상의 IS 전투원들이 사망했고 IS 지도부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실과는 다르다는 발표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IS를 반대하는 인권단체 등에 소속된 시리아 출신 활동가들은 프랑스의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IS 지도부나 방어망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락까는 학살당하고 있다’(RISS) 소속 한 활동가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미국과 러시아 등 공습에 참가한 연합군은 IS가 전투원들과 지하 감옥까지 갖춘 작전 지휘소 등 주요 시설들을 보호하려고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이런 시설들을 타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공습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평가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17일 보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알자지라는 락까에 거주하는 언론 관계자들을 인용해 프랑스군이 락까 외곽에 버려진 옛 IS 기지를 폭격하는 등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여기엔 IS 대원도, 일반 시민도 없다”면서 “프랑스 전투기는 주로 IS가 버린 곳을 폭격한다. IS의 심장을 파괴하려면 진작에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습이 버려진 옛 IS 주둔지와 검문소에서 주로 이뤄졌고, 검문소에서 숨진 몇몇 IS 대원을 제외하면 부상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락까 공습에 함께 나서고 있는 러시아나 미군의 공습 역시 IS에 실질적 피해를 주기보다는 민간인 피해를 확대하고 있다고 알 자지라는 덧붙였다.
또 군사 · 안보 전문 매체인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와 폭스뉴스 등 일부 외신은 프랑스가 이번 공습에 미라지 2000과 최신예 라팔 전투기 등을 동원했지만, 레이저 유도폭탄 등 정밀 유도무기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해 큰 피해를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락까에 대한 첫날 공습에서 20발의 JDAM밖에 투하하지 못했으며, 이는 전세를 바꿀 만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또 성능이 떨어지는 다모크래스(Damocles) 표적 장비(포드)를 장착하는 바람에 정밀 타격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비행 거리와 과도한 출격 등도 공습 효과를 반감시킨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번 공습에 참가한 미라지 2000 전투기들이 전진배치된 요르단 기지의 경우 전투기들이 발진해 락까를 공습하고 귀환하는데 평균 5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프랑스 국회의원단 현장 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특히 지난 1969년 미국이 건설한 이 기지에 배치된 6대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정비하는 하루를 빼놓고는 6일간 비행을 하며, 주 평균 출격 회수는 24회로 집계됐다.
이는 요르단 기지에 배치된 미라지 2000 전투기의 대당 주 비행시간이 72시간으로, 프랑스 본국에 배치된 전투기의 주 평균 21시간을 배 이상 뛰어넘는 셈이다.
프랑스는 대(對)IS 격퇴전에 참가한 지난해 9월 이후 모두 1천100 차례 출격했으며, 이 가운데 500차례는 요르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에 의한 것이었다. 또 프랑스가 파괴한 IS 기지 350개 가운데 300개가량은 요르단 기지 발진 전투기들의 전과였다.
조사에서는 또 출격 임무 가운데 95%는 지상군을 위한 근접항공지원(CAS) 임무였으며, 나머지 5%만 사전에 파악돼 기획된 타격 임무였다.
기상 여건도 공습 효과에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8월에는 기온이 섭씨 58도까지 치솟는 바람에 통신. 정보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모래와 모래폭풍도 임무 수행에 악영향을 끼치긴 마찬가지였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대령)은 미국이 지난 1년 이상 동안 IS 통제 아래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원유시설을 항공기와 무인기 등을 동원해 공습했지만, IS가 곧장 보수에 나서는 바람에 효과가 미미했다고 18일 실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16일부터 대신 ‘돈줄’인 원유 유조차에 대한 공격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고 밝혔다. 미국은 45분간의 이 공습에서 모두 116대의 유조차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군과 연합군은 지난해 8월 이래 이라크 및 시리아에 산재한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래 지난 12일 현재 모두 8천125차례의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 가운데 이라크는 5천321회, 시리아에는 2천904회로 각각 집계됐다.
14일 현재 미군과 연합군은 이라크및 시리아 내 작전 지원을 위해 5만 7천301회 출격했다.
지난달 말까지 450일 동안 작전 비용은 50억 달러로 하루 평균 1천100만 달러(128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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