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필리핀에 한인 피해범죄 전담 ‘코리안데스크’ 5곳 증설 베트남에도 코리안데스크 설치…조폭 해외카지노 활동 단속 강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 색출과 검거를 위한 양국 경찰의 현장 공조가 이뤄질 전망이다.베트남을 방문 중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의 피해자가 한국인일 때 수사관과 감식 전문가 등을 파견해 현지 경찰의 현장 감식 등 수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지난 5∼7일 필리핀을 방문해 리카르도 마르케즈 경찰청장,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외무장관 등을 만나 한국 교민의 안전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청했다.
강 청장은 “필리핀 경찰도 한국의 수사지원팀 파견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실무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4년간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 38명이다. 그러나 현장 감식을 포함한 과학수사 기법이 필리핀에는 제대로 도입이 안 돼 있어 범인 파악과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청장은 “서울에서 필리핀까지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이고 항공편도 자주 있는 만큼 필리핀 경찰이 사건 접수와 함께 우리에게 통보를 해주면 곧바로 수사지원팀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경찰은 우선 내년에 한국 교민과 관광객이 많은 세부, 바탕가스, 북민다나오, 카가안, 바기오 등 5개 지역에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의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은 마닐라와 앙헹레스 등 2개 지역의 지방경찰청에 코리안 데스크가 있고 한국 경찰관 1명씩이 파견돼 있다. 코리안데스크를 필리핀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확대, 설치하는 방안은 추후 검토한다.
강 청장은 “내년에 50여 명의 국내 과학수사 전문가를 차례로 필리핀에 보내 현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한국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필리핀 경찰관 100여 명을 국내로 초청, 연수도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 경찰에 앞으로 3년간 차량 130대와 오토바이 142대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강 청장은 “국내 범죄 용의자가 필리핀으로 도피, 제2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 필리핀 공항 입국 단계에서 검거해 송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필리핀 이민청과 양국 범죄자의 도피 차단을 위한 정보교환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다.
강 청장은 9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공안부 장관을 만나 범죄정보 교환, 국외 도피사범 송환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베트남 공안부에는 코리안데스크를, 한국 경찰청에는 베트남데스크를 각각 설치해 상대국 거주 교민 관련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코리안데스크는 베트남 공안 4명, 베트남데스크는 한국 경찰관 2명으로 각각 구성됐다. 한국은 내년 1월 경찰관 1명을 베트남 코리안데스크에 파견한다.
강 청장은 마카오와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카지노가 국내 조직폭력배들의 새로운 활동 무대이자 수익원으로 떠오른 것과 관련, “인터폴, 현지 경찰과 정보 공유와 수사 공조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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