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폴란드서 “훈장 박탈 고려”·”기소해야” 반발 거세
폴란드계 미국인 역사학자가 “폴란드가 나치보다 유대인을 더 많이 죽였다”고 주장해 그의 고국 폴란드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얀 그로스(68) 교수는 최근 독일 일간 디 벨트에 중동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경계심을 보이는 폴란드에 대해 이야기하며 “폴란드인의 끔찍한 얼굴은 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인은 나치에 저항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지만, 사실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보다 유대인을 더 많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폴란드에서는 그로스 교수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 훈장위원회는 1996년 그로스 교수에게 수여한 훈장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폴란드 언론은 전했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그로스 교수의 이 발언에 대해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니고, 해로우며 폴란드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독일 주재 폴란드 대사도 디 벨트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폴란드 검찰 관계자는 그로스 교수의 발언이 모욕적이라고 주장하는 고소가 100건 접수됐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로스 교수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숙청과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으로 1961년 폴란드를 떠났다.
그로스 교수가 고국에서 역사 문제로 비난을 자초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1년 저서 ‘이웃’에서 1941년 독일 점령 당시 폴란드 마을 제드바브네에서 벌어진 폴란드 유대인에 대한 학살을 고찰하면서, 당시 폴란드 유대인 340∼1천500명이 점령군이 아닌 비유대인(기독교도) 이웃들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폴란드에서 그의 주장이 부당하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제드바브네 학살에 대한 의회의 조사를 거쳐 결국 당시 폴란드 대통령이 유대인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