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내 차입 한도 높이라”..월가 “압박용..실행하지는 않을 것”
선재규 기자=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이 “몇주안”에 차입 상한을 높이는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현재 부여받고 있는 최고 신용 등급인 AAA가 강등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무디스는 이날 성명에서 “차입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놓고 (미 의회에서 민주-공화당간 이견) 양극화가 심화돼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미국이 단기적인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험도 높아져왔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몇주간 계속될 경우 (등급을 낮출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재고(신용 전망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는 과정에 들어가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또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민주-공화당간 재정 갈등으로 연방 정부가 한 때 문을 닫았던 지난 1995년과 1996년 처음으로 신용 전망을 낮춘 적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다른 신용평가기관 피치도 1995년 11월 미국의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그 이듬해 봄까지 유지했음을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무디스 역시 1996년 1월 일부 미 국공채 등급 신용 전망을 낮춘 적이 있음을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신용 등급이 실제 강등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미 의회를 압박하는 심리적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뉴욕 소재 기관투자가 전문 증권회사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미국채 거래 책임자 제이슨 로건은 블룸버그에 “차입 상한이 상향 조정되지 않으면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무디스는 “이런 사실을 거듭 상기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의 메리 밀러 금융시장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모든 채무를 (계속) 이행할 수 있도록 의회가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음을 간결하게 강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채무를 이행하기 힘든 시한인 오는 8월 2일 이전까지 민주-공화당이 재정 감축 합의를 이루도록 압박해온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2일 워싱턴에서 공화당 초선 하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여름 두가지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디폴트를 피할 것이며 장기 재정 플랜에 합의하게될 것이라는 점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입 상한 조정의 열쇠를 쥔 주요 인사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 감축 패키지 협상에 “개인적으로 개입할 때”라면서 백악관과 의회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한달 안에 타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무디스 조치가 영향을 미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6개월여 사이 최저인 전날의 2.94%에서 이날 오후 3.01%로 상승했다. 가격과 반대로 가는 수익률 상승은 그만큼 미 국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무디스 성명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줘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가 전날보다 최대 1.3% 상승해 1.4514에 거래돼 지난 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무디스는 2일 별도 성명에서 월가 주요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및 웰스 파고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음도 경고했다.
무디스는 획기적인 금융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향후 이른바 ‘대마불사’ 구제가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게 된 점이 이들 3개 은행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성명은 그러나 BoA와 씨티의 경우 금융 위기 이후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됐다면서 이것이 등급 강등을 견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들 3개 은행에 대한 무디스의 조치를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프론트 버렛 어소시에이츠의 마셜 프론트 회장은 로이터에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이들 3개 은행의 채권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론트 버렛은 이들 3개 은행을 포함해 월가 대형은행들의 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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