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교민들 불안한 설맞이

남은 교민들 불안한 설맞이

입력 2011-02-03 00:00
수정 2011-02-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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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이어 정권 찬.반 세력 간 무력충돌까지 빚어지면서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진 이집트에서 한국 교민들이 불안하고 우울한 설을 맞고 있다.

 이집트 시위 사태가 열흘째로 접어든 3일 수도 카이로에 남아 있는 한국 교민들은 예년과 달리,떡국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채 외출을 자제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일 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극한으로 치닫던 시위 사태가 한풀 꺾이는 듯했으나 2일 오후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 간의 유혈 충돌이 벌어지면서 이집트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이집트대사관 직원들은 설인 이날도 정상 출근해 교민들의 안전을 점검하고 비필수 요원들의 귀국을 독려하는 등 분주한 일과를 소화해야 했다.

 윤종곤 주이집트 대사는 “대사관 직원 대부분이 지난 사흘 동안 귀가하지 못한 채 근무해서 녹초가 됐다”면서 “떡국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이집트대사관은 현재 전체 교민과 여행객 1천400여 명 중 850명 가량이 귀국했고,이번 주말까지 200여 명이 추가로 한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집트 한인회도 비상사태 탓에 아무런 설맞이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진영 이집트 한인회장은 “이집트 사태가 호전되는 듯했는데,정권 찬.반 세력 간의 싸움이 벌어져 걱정스럽다”며 “올해에는 특별한 설 행사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귀국시키고 이집트에 남은 삼성전자의 박덕규 지사장은 “시위 사태 이후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며 “한국 식당이 점심때 잠깐 문을 열어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카이로 마디 지역에서 한국 마켓 ‘토마토’를 운영하는 조찬호 사장은 “일부 교민 가정에 식료품이 떨어져서 급히 비행기 편 등으로 라면 등 비상식량을 들여오고 있다”며 “이곳에 13년을 살았지만,이렇게 우울한 설을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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