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러/이두걸 논설위원

[길섶에서] 말러/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9-05-12 22:38
수정 2019-05-13 08: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몇 해 전 이맘때,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그린칭 공동묘지를 찾았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부인 알마 말러, 그의 큰딸 마리아가 함께 누워 있는 곳이다. 십자가나 별다른 장식도 없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우뚝 서 있는 묘비. 상단에는 ‘GUSTAV MAHLER’라는 굵은 고딕체의 글씨만이 새겨져 있다. 그는 19세기가 20세기로 넘어 가던 시기 빈에서 가장 각광받던 음악가였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빈 국립오페라단 상임감독을 역임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빛과 어둠의 이중주로 점철돼 있다. 그는 잇달아 혁신적인 작품들을 내놨지만 당대 비평가나 청중과 불화를 겪었다. 대규모 편성과 1시간을 훌쩍 넘는 곡 구성에 보헤미아 민요와 익살스럽고도 기괴한 선율이 뒤섞인 그의 음악은 한 세기 전에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보헤미아 지역의 유대인 출신이라는 ‘극단의 변방성’이 발목을 잡았다. 장녀 마리아의 죽음, 그에 이은 심장병과 우울증의 악화, 그리고 아내의 외도는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기쁨과 비통함이 쌍둥이처럼 함께한다. 죽기 직전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10번이 대표적인 예다. 마침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공교롭게도 5월 18일이다.

douziri@seoul.co.kr
2019-05-1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