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남자의 눈물/이동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남자의 눈물/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5-09-07 18:08
수정 2015-09-07 19: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퇴직한 선배가 점심 중 “잘 알고 지낸 인사가 큰 병에 걸려 너무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회사일로 오랫동안 정이 들었는데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회사는 서둘러 후임자를 물색하는 등 이용 가치를 다한 부속품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애써 참았던 눈물 자락을 훔쳤다.

얼마 전 전철에서 본 장면이 오버랩됐다. 러시아계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전철을 타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열두세 살쯤 돼 보이는 작은딸이 아빠의 불룩한 배를 감싸 안자 아빠는 옆에 서 있던 큰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코끝이 붉어진 아내는 손수건으로 남편의 눈 주변을 몇 번이고 닦아 주며 속삭였다.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가족이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었을까 짐작돼 가슴이 아렸다.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는 말은 한참 틀린 것 같다. 남자들도 가족, 동료, 이웃의 아픔에 언제든지 눈물짓는다. 대부분 숨어서 울 뿐이다. 작가 최인호는 죽음을 앞둔 두려움에 “알코올 솜으로 탁자의 눈물 자국을 남몰래 닦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남자의 눈물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09-0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