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거짓과 참 사이/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거짓과 참 사이/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기자
입력 2015-03-09 23:48
수정 2015-03-0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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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가 “내 말은 거짓말이다”라고 했다면 그의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고약하게도 헷갈린다. 그가 한 말이 참이라면 애당초 거짓말쟁이였으니 ‘내 말은 거짓말’이라고 한 그 자체는 논리적으로 거짓이 된다. 반대로 거짓말쟁이의 말이 거짓이라면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거짓말이라고 한 것’은 틀림없는 참말이다. 결론적으로 거짓말쟁이가 한 말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논리학에서 지금까지도 논쟁거리가 되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다.

정치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이 어제 시작됐다. 1년 남짓 남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위장 전입과 투기를 했는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말로 먹고 산다는 정치인의 말이야 지나서 보면 새빨간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 공약을 참말처럼 쏟아낸다. 그만큼 술책에 능하다는 뜻일 게다. 장관 후보자 모두가 이미 위장 전입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현행법 위반인 위장 전입은 지금껏 한두번 통과된 것이 아니니 합법화한 것이나 진배없다. 거짓과 참을 구별하기란 언감생심이다. 궁리에 능한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3-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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