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낙원의 먹거리/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낙원의 먹거리/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8-30 00:00
수정 2014-08-30 02: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르신들이 모이는 탑골공원의 성격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문화공간이라고 부르자니 어르신을 위한 문화는 거의 없다. 휴식공간이라고 하자니 일거리도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적당한 표현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홍대앞’이라는 기사 제목도 본 듯하지만, 노년을 견디는 공간의 성격이 짙은 탑골공원 일대를 젊음을 즐기는 장소와 비교하는 것은 그리 흔쾌하지 않다.

탑골공원 뒤편 낙원동의 음식값은 매우 싸다. ‘원조 소문난집’의 우거지얼큰탕은 얼마 전 20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이다. 짜장면과 칼국수도 2500~3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다. 가볍디 가벼운 어르신들의 주머니 사정이 반영됐을 것이다. 이것을 낙원동 문화의 특징이라고 하기엔 어르신들에게 미안하다.

이곳에 평양냉면이 수준급인 식당이 있다. 음식값도 싼 편이다. 어느 날 친구와 이 식당 밖의 탁자에 앉아 녹두지짐과 편육을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바로 옆 탑골공원 담장에 기대선 어르신과 눈이 마주쳤다.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의 줄은 길었다. 그리곤 이 집에 다시 갈 수 없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8-30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