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들국화/구본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들국화/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0-19 00:00
수정 2011-10-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점심 시간 산책길에서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들국화를 보고 반가운 참이었다. 어릴 적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수십년의 세월 건너편 초등학교 교정에서 듣던 그 목소리였다.

지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그가 음식점 로고와 관련한 업무를 보기 위해 서울에 왔단다. 스케줄을 맞춰 보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번개 미팅’은 불발됐다. 옛 친구는 저녁 하행선 고속철을 타기 전 다시 전화를 걸어와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웠다.”고 했다. 서로 가까운 시일에 만나자고 했지만, 피차 밥벌이에 골몰하느라 쉽지 않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약속을 미루더라도 서울역까지 달려가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옛 친구야말로 도시의 골목 화단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들국화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당장 큰 혜택을 주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주기에…. 문득 “좋아하는 것을 구할 수 없다면, 얻을 수 있는 자그마한 것이라도 사랑해야 한다.”는 서양 격언이 떠올랐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1-10-1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