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녹취파일 복원 ‘고발 사주’, 성역 없이 수사해야

[사설] 녹취파일 복원 ‘고발 사주’, 성역 없이 수사해야

입력 2021-10-07 20:36
수정 2021-1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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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 고발장 접수 지시 발언 나와
박지원 ‘제보 사주’ 수사도 강단 있게

이른바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공익신고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을 복원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조씨의 지난해 4월 3일 7분여간 대화 녹취파일에서 김 의원은 조씨에게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또 고발장을 조씨에게 전달한 뒤에는 “대검에 접수시켜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당부한 뒤 “(대검)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해 놓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한 “(검사 출신인) 내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한다”고 말한 내용도 있단다.

조씨가 그간 ‘김 의원이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시키라고 당부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의원은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으나 조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화 내용이 녹취파일로 확인된 것이다. 공수처는 복원한 녹취파일을 근거로 고발장 전달 경로를 밝힐 ‘키맨’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등을 그제 압수수색해 고발장 관련 문건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우리’라는 표현이 검찰을 지칭했는지 현재로선 불분명하지만, ‘고발 사주’의 실체가 일부는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앞서 대검찰청은 자체 조사에서 현직 검사인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관련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현직 검사가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해 고발하도록 한 게 사실이라면 검찰권 남용은 물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국기 문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이런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수처는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예단과 선입견, 정치적 고려 등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복구한 녹취파일 일부가 공개된 것은 유감이다. 수사 내용이 유출됐다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치명적 하자로 인식될 수 있는 탓이다. 이를 공수처가 각별히 유념하길 바란다. 오직 객관적 증거에 의거해 의혹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공수처는 그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해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흔들림 없이 강단 있게 수사하고, 박 원장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2021-10-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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