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후보 ‘서울대 법대 50대 남성’뿐인가

[사설] 대법관 후보 ‘서울대 법대 50대 남성’뿐인가

입력 2015-08-05 23:34
수정 2015-08-06 01:2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다음달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3명의 고위 법관이 추천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대법관 후보는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다. 세 사람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에 연령은 50대, 그리고 남성으로 현직 고위 법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 각계에서 그토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이라는 ‘대법관 임용 공식’은 여지없이 적용될 수밖에 없게 됐다. 양 대법원장이 이들 중 한 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1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여성은 두 사람밖에 없다. 또 검사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판사 출신이다.

이러니 재야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남성 판사만 할 수 있는 것이냐’는 비아냥과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 이후 대법관 구성이 이른바 ‘법관 순혈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됐다.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 시기에는 그래도 진보 성향, 지방대 출신도 중용해 대법관 구성을 다소 다양화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양 대법원장 취임 후 임명된 대법관들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보수 성향의 판사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보호에 충실한 판결이 나올 수 있겠는가. 최근 몇 년간 대법원 판결이 지나치게 보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이같은 순혈주의를 고집했기 때문은 아닌지 대법원은 스스로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동성 결혼의 주례를 설 정도로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 대법관은 그제 국내 첫 동성 결혼 부부 등 성 소수자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우리의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대법관 구성 다양화에 대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대법원은 이번에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는 등 대법관 후보 추천 방식을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법관 구성 다양화는 또다시 실패했다. 대법관 후보 추천 방식의 일대 개혁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한 사법부는 대법관 구성부터 다양화해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08-0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