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가 포퓰리즘 선거 정치권 뺨친다

[사설] 대학가 포퓰리즘 선거 정치권 뺨친다

입력 2011-11-21 00:00
수정 201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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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간부를 뽑는 대학가 선거가 기성 정치인 뺨치는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방 소재 한 대학의 후보는 성형수술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서울의 한 학교 후보는 특정 병원과 연계해 무료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네일아트. 에스테틱(피부미용)숍과 제휴해 30%까지 싸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온 후보도 있다. 구두수선행사 정기 개최 등 참신하고 알뜰한 공약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없는 황당한 ‘공약’(空約)이고, 학생 스스로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행태는 정치권을 쏙 빼닮았다.

대학 총학선거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학생들도 문제지만 기성세대, 특히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순수해야 할 이들이 이 같은 구태를 누구한테서 배웠겠나.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예산이 있든 없든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포퓰리즘 정치를 이들이 보고 배운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화를 외쳤던 과거 총학 선배들의 공약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은 사회 변화의 상징이자, 선봉이다. 대학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정의, 용기 등이 공약에 담겨 있어야 한다.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호사스러운 축제를 즐길 때인가. 등록금 투쟁을 하려면 이런 것부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행위의 정당성이 결여됐을 때 요구의 정당성은 배척되거나 가치를 상실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정형편으로 대학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지키지 못할 사탕발림 약속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은 정치인의 악행을 답습하는 것이다. 지성의 보루인 상아탑이 이처럼 얼룩지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총학 간부가 되겠다고 나섰다면 좀 더 큰 시야와 비전을 담은 제대로 된 공약을 선보여야 한다.
2011-1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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