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다’와 ‘어음’이 무슨 관계? ‘어음’이 한자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먼저 해야 할 듯하다. 어원을 오래 연구해 온 충북대 조항범 교수는 ‘어음’이 순우리말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 낱말이 만들어지고 변화한 과정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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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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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어음’은 옛 기록에 ‘어험’으로 나온다. ‘어험’이 ‘어흠’을 거쳐 ‘어음’이 된 것이다. ‘어험’은 ‘베어지다’는 뜻이었던 ‘엏다’에 ‘-엄’이 붙어 만들어졌다. ‘묻다’와 ‘죽다’에 ‘-엄’이 붙어 ‘무덤’, ‘주검’이 된 것과 같다. ‘엄’은 명사를 만드는 구실을 하던 접미사였다.
어음은 애초 지그재그로 잘라 보관했었다. 내용과 이름을 적은 뒤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이 나누어 가졌다.
이렇게 베어진 것, ‘어험’의 ‘어’는 ‘어질다’의 ‘어’와 뿌리를 같이한다. 지난주 ‘어질다’의 ‘어’는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이라 했다. 그러니 ‘어질다’의 ‘어’는 열린 마음을 나타낸다. ‘어음’은 열린 사회, 어진 경제의 산물이다. 말에도 이런 뜻이 담기었다.
wlee@seoul.co.kr
2018-11-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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