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한국의 풍경에 반하다/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옴부즈맨 칼럼] 한국의 풍경에 반하다/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입력 2015-05-12 18:04
수정 2015-05-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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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우연히 기회가 돼 유럽에서 10년을 살았던 덕분에 한국 사람들의 워너비 유럽 여행지들을 대략 둘러볼 수 있었다. 파리, 런던, 베를린, 뮌헨, 브뤼셀 등 대도시이거나 몽생미셸, 브뤼헤, 에트르타 등 자연적인 풍광이 특징적인 곳이 관광객들이 찾는 여행지여서 나 역시 관광 책자를 보며 강력 추천으로 표시된 풍광이나 건축물을 열심히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다니면서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도 많았지만, 어떤 곳은 보존과 홍보를 뛰어나게 한 덕분에 그냥 스쳐 가지 않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지’ 하고 묻게 됐다. 생각해 보니 한국은 거의 가 본 곳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떠났고, 고등학생 때까지는 입시 준비를 하느라 못 다녔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가족여행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가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굳이 꼭 보아야 할 만큼 아름다운 여행지에 대한 얘기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한국은 어떤 풍광일지 스쳐 가듯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귀국해서 가족과 한두 군데 여행을 다니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만큼 산수가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기도 했다. 제주도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이 도대체 왜 영국 자이언트 코즈웨이의 주상절리처럼 회자되지 않는지 속상했다. 특히 어느 9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휴가철이 다 지나고 난 후에 여행을 했던 동강의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위협이 느껴질 만큼 너무 넓지도 않고, 답답하다고 느껴질 만큼 좁지도 않은 적당한 폭의 강이 가파르거나 완만하고 자그마한 산들을 굽이굽이 흐르는데, 풍광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 후부터는 휴가철이면 늘 국내의 풍광과 유적지 등을 적극적으로 찾지 외국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계절에 관계없이 국내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신문의 여행이나 레저 섹션을 그래서 늘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먹을 것, 탈 것이나 실내에서 보아야 할 것도 관심이 가지만 늘 눈으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찾게 된다.

갯벌 하면 언뜻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경기도 화성시에 있다는 기이한 바위와 갯벌 사진을 보면(5월 7일자 신국토기행) 그 어느 외국의 바닷가 모습이 부럽지 않다. 더구나 철새가 찾아든다는 ‘형도’나 세계문화유산 ‘융릉과 건릉’ 등도 있다고 하니 꼭 가 보고 싶다. 전남 고흥 천등산(4월 11일자) 사진이나 전북 임실군 ‘옥정호’의 비현실적인 풍광(4월 16일자 신국토기행)은 보고 또 보아도 감탄이 나온다. 굳이 외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고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사진을 보여 주고 싶다.

아마 이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아니, 한국이 아름다운 걸 이제야 알았단 말야’ 혹은 ‘당신은 외국을 볼 만큼 봤으니까’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이 아름답다는 나의 뒤늦은 감탄은 그칠 수가 없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 시원한 사진으로 눈앞에서 펼쳐질 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화면으로는 처리가 되지 않는 감동이 밀려온다. 직접 가서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외국 가지 말고 한 곳, 한 곳 우리 국토를 찾아다니자고 발 벗고 나서서 주변에 권하고 싶어진다. 독자 친화적인 신문의 레저(여행) 면을 한 손에 들고.
2015-05-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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