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열쇠 쥔 모친 향후 행보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88)가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시게미쓰는 남편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물론 대척점에 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시게미쓰는 지난 1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둘 모두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밝혀 장·차남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화해를 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시게미쓰는 국내 언론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의 편으로 여겨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지만,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남 신 전 부회장과 의붓딸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막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게미쓰가 신 회장 편으로 인식돼 ‘반신동빈’ 세력의 견제를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게미쓰가 지난달 30일 한국에 온 것도 시아버지 신진수씨의 기제사 때문이 아니라 남편인 신 총괄회장을 만나 차남 신 회장에 대한 노여움을 달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시게미쓰는 제사에 불참하고 한국에 머문 이틀간 줄곧 신 총괄회장과 함께 지냈다. 재계 관계자는 “시게미쓰가 노골적으로 차남의 편을 들기보다는 아버지의 미움을 산 차남의 억울함을 대변하고 신 총괄회장이 오해를 풀도록 설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시게미쓰는 현재 도쿄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을 만나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시게미쓰는 큰아들 신 전 부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서울에서 지내는 신 회장과 달리 신 전 부회장은 도쿄에서 어머니와 가까이 살며 자주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시게미쓰가 서울에 있는 동안 신 총괄회장의 거처인 롯데호텔 34층에서 함께 지내도록 ‘허락’했다. 그가 신 회장과 그의 측근이 아버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어머니 시게미쓰를 동생 편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시게미쓰는 신씨 부자들의 중재 역할뿐 아니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게미쓰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15~20% 갖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3%를 소유했다.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다. 시게미쓰가 두 아들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한 이상, 광윤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의결권 행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5-08-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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