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미국식, ‘중급여 국민연금이 핵심’…노인빈곤 ‘미결’ 단점영국·캐나다식, ‘기초연금이 주요 축’…세부담 증가 해결해야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기초연금 강화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 상향 대신 기초연금을 강화해 보장성을 높이자는 ‘절충안’이 야권에서 나오면서 논란의 틀이 국민연금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보장 체계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발표한 ‘노인 기초보장제도와 국민연금간 역할분담관계에 관한 연구’(이용하,최옥금,최인덕) 보고서가 주목된다. 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이 보고서는 해외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분석해 한국 노후보장체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보고서는 해외의 노후보장 체계를 장기지속성과 빈곤완화, 제도 간 갈등 조정 측면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독일,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채용한 A유형과 영국, 캐나다, 일본, 덴마크의 B유형 등 두가지를 가능한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A유형은 부담과 급여가 높은 편(중부담·중급여)인 국민연금을 중심에 두고 극빈층 혹은 차상위계층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선별부조’(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를 보조하도록 하되 기초연금은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다.
B유형에서는 노인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저부담·저급여)의 국민연금과 선별부조가 보완적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노후보장체계는 현재 두 유형의 사이에 있다.
B유형에 가깝지만 기초연금의 보장 수준과 범위는 낮은 편이다. 현재 방식에서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국민연금의 부담과 급여 수준을 높이면 A유형이 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8일 제안한 기초연금 강화론은 B유형에 가깝다.
보고서는 장기 재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노인 빈곤 문제해결에도 유리한 B그룹에 무게를 뒀지만 국민의 세부담 증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 국민연금 강화·기초연금 폐지…독일·미국 방식
중부담·중급여 수준의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체계의 중심축이자, 사실상의 단일축으로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선별부조(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일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사후적인 최저수준 보장을 제공하면서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B유형에 속해있다가 각각 1998년과 2008년에 A유형으로 개혁했다. 독일과 미국처럼 선별부조 수준이 낮은 경우도 있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높은 수준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중심축 역할을 하는 만큼 거의 전 국민은 가입자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방향을 장기비전으로 결정한다면 소득파악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 방식은 현세대 노인의 높은 노인 빈곤 문제 역시 국민연금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숙할 때까지는 해결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대비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 보편적 기초연금을 노후보장 중심 축으로…영국·캐나다 방식
보편적 기초연금(수급자가 모든 노인)이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낮은 소득보장수준을 제공하며 기초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 선별부조(기초생활보장제도)도 운영된다.
기초연금이 중심축이니 보장성 확대는 이 방식에서 필수적인 사항이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현재 월 10~20만원을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액수를 상향 조정하고 대상자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초연금이 강화되니 노인빈곤 문제 해결에 긍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세부담 증가와 낮은 수준의 국민연금 급여에 대한 저항이다.
기초연금의 재원은 조세다. 중앙정부가 75%를, 지방자치단체가 25%를 각각 부담한다.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 수준을 올리는 만큼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수급자를 소득하위 70%에서 소득하위 95%로 확대하면 매년 4~5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노인 빈곤문제 해결에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B유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A유형에는 소득 파악 등 사회적 인프라의 조기 성숙이, B유형에는 세금 부담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각각 충족돼야 한다”며 “국민들과 정치권이 두 전제조건 중 어느 것이 한국 상황에서 더 쉽게 충족될지 가늠해 조기에 개편의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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