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부담 커지고 달러·美국채 위상 약화”국제금융센터 “단기적으로 强달러 역설적 현상 가능”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의 금리부담 증가와 미 정부 관련 기관의 연쇄적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의 파급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국제금융센터는 7일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및 시장영향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모기지 금리부터 미국 국채금리까지 정부와 민간의 금리부담으로 경기 회복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자산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글로벌 외환보유액 다변화의 가속화와 위험자산 시장의 디레버리징(차입투자 청산) 확산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리먼 사태와 같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美 금리부담 증가로 경기회복에 악영향
우선 미국의 금리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유럽 재정위기의 수혜로 미국 정부는 낮은 금리로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었으나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약화와 수요 감소로 이런 효과가 약해지게 됐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모기지 금리부터 미국 국채금리까지 전반적인 미국의 금리부담이 커지게 되면 경기회복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미 정부의 조달비용 증가 예상 폭을 25~100bp(1bp=0.01%포인트)까지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25bp가량 금리상승을 예측했으며 추가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며 1% 정도 조달비용이 증가해 앞으로 10년 동안 누적 재정적자 규모가 1조2천억달러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미 국채금리가 60~70bp 올라 연간 1천억달러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소시에테제네랄은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주가가 5% 하락할 때마다 미 국채 2년물은 10bp, 10년물은 30bp 올라 장단기 금리차도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미 국채금리 상승은 30년물 등 초장기 국채에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글로벌 외환보유액 다변화 빨라진다
국제금융센터는 과거 일본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의 추이를 보면 1999년 72%에서 지난 3월 60.7% 감소했으며 이런 다변화 추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2001년 2월 ‘AAA’에서 ‘AA+’로 내리고 2002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AA-’까지 하향조정하는 동안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엔화 비중은 6%대에서 2003년 3%로 급감했다.
미 국채 시장의 경우 48.7%(시장성 국채만 포함)를 차지하는 해외 투자자의 행보가 결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최근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외환보유액 다각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美 정부관련기관 신용등급도 강등 가능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은 국책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연방주택대출은행(FHLB) 등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연방정부의 암묵적 또는 명시적 보증기관과 주 정부들에 대한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위기가 심각한 주 정부의 경우 9개 주 정부가 ‘AAA’ 등급인 상태다.
주 정부의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향조정되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조달금리 수준도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산시장 디레버리징 확산 우려
미 국채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비우량자산과 위험자산을 파는 등 자산시장 전반으로 디레버리징이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은행과 파생상품 거래자에 의해 담보로 설정된 미 국채의 규모는 4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현금 또는 미 국채를 담보로 추가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현금 등 추가 담보를 마련하고자 미국 국채가 아닌 다른 유가증권을 팔아야 할 필요도 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리먼 사태 당사와 마찬가지로 자산 투매 과정에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직접적 피해는 없겠지만 리먼 사태처럼 환매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도이체방크는 1단계 강등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2단계 이상 하향조정되면 상당한 디레버리징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바클레이즈는 미 국채보다 신용도가 낮은 ‘A’ 등급 이하 자산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 단기영향은 미미할 듯
투자은행들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미 국채와 준정부채권, 지방채권 등의 투자비중이 50%가 넘지만,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매도 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미 MMF는 ‘AAA’와 ‘AA’에 대한 투자구분이 없으며 미국의 금융개혁법안(도드-프랭크 법안)은 펀드들이 신용등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AA 등급 보유 의무를 강하게 준수해야 하는 일부 MMF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이 존재하나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반적으로 미 달러화 약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요인이지만 대안부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로 그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단기적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오히려 달러강세(원화약세) 가능성이 다소 큰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일정 수준 해소되면 원화는 다시 강세 기조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형 이슈가 발생해 단기적으로 시장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장기적으로 달러화와 국채 등 미 자산의 근본적 위상약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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